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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감상문

미드나잇라이브러리

by 차근차근step-by-step 2024. 7. 23.

 

알고 보니 워낙 유명한 책이었다.

올해 초에 친구에게 추천받고, 방학이 되어서야 읽은 책.

 

"삶"이라는 단어를, 인생의 모든 것을 저렇게 5문장으로 아우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저런 글을 쓴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실비아 플라스'라는 인물을 잠깐 찾아보니, 시인이면서 소설가였다. 문학을 사랑해서 문학을 닮았던 것일까. 많은 사랑을 받은 그녀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그녀의 인생은 비극적으로 보였다...

 

 

어쩌면 자살마저도 너무 활동적인 행위일 것이다.
그냥 둥둥 떠다니며 달리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은 채 변화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인생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대부분의 인생이 그럴지도 모른다.  -125p -

 

읽다가 덜컥- 하고 잠시 걸렸던 부분.

과거의 나는 분명 저랬다. 모든 걸 포기하고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눈을 닫고 귀를 닫았다. 

죽고 싶은 마음이 불쑥 불쑥 튀어나올 때마다,  왼쪽 손목을 물끄럼 봐라보곤 했다. 

하루는 자를 대고 그어보기도 하고. 

죽음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이때 처음으로 깨달은 것 같다. 고통을 느끼면서 죽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래서 차라리 가만히 서있는 그 상태로 소멸을 원했다.

사람들은 나를 보지 못하는 투명인간인 채로 세상을 유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적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또 다른 '노라'였다.

이미 노라가 나였고, 내가 노라였다. 

노라가 수많은 삶을 경험하는 동안 나도 노라가 되어 상상했다.

 

그러다가 엘름부인이 한 말,

사소한 것의 중요성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라. 그 말을 늘 명심해야 해. -217p -

 

을 새기고 다시 노라로서 책을 읽어나갔다.

 

사람들은 룩을 만만하게 봐. 룩은 직선으로만 움직이지. 사람들은 런과 나이트, 비숍만 감시해.
왜냐하면 그 기물들은 교활하거든. 하지만 널 무너뜨리는 건 대부분 룩이다. 
직선으로 움직이는 건 보기보다 간단하지 않아.  -130p-

 

그래, 직선으로 움직이는 건 쉽지 않다. 생각처럼 곧게 뻗어지지 않거든.

조금만 치우쳐도 처음에는 직선이라고 생각했을 지라도 결국엔 휘어지게 되어있으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곧게 움직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그러니까 룩이 대단한 거다. 

 

중간에 이탈했을지라도 결국 다시 가야 할 길로 돌아와서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가는 사람들은,

엄청난 자기 관리가 수반되어 있겠지.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들의 무리에 합류하고 싶다.

 

여러 삶들을 경험하면서 노라의 감정은 계속해서 변한다. 

때로는 본인이 인지한 경우도 있고,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

하나의 삶을 끝내고 다시 자정의 도서관으로 돌아올 때마다

노라에게는 엘름 부인이 있었다.

부인에게 자신의 절망감을 토로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을 포기해달라고 애원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부인과 계속 대화를 했다는 건, 자신이 이런 상태니 나를 포기해달라고 하는건, 

반대로 보면, '나 지금 너무 힘든데, 당신만은 절 포기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말과 같은 거 아닐까.

 

현재의 선택으로 미래는 바뀐다. 

현재는 과거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다. 

아무리 노려갷도 사는 동안에 내가 한 행동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후회"로 얼룩진 삶을 살아간다. 

"후회"를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서 현재가 달라지고 미래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후회에 매몰되면,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대다가 인생이 끝날 것이고, 

후회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 자신을 만들어가면 보다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되겠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목표를 성공으로 삼을거다.

나 또한 그렇고.

그럼 성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자본? 명예? 행복? 

그럼 어느 정도의 자본이 있어야 성공한거지? 어디까지 올라야 명예로운 거지?

어떤게 진정한 행복인데?

그걸 평가하는 척도는? 그 기준은?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성공'을 이룬 노라는 

우리가 가장 큰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성공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종종 외부적으로 무언가 성취하는 걸 성공으로 보기 때문이죠. 올림픽 메달이나 이상적인 남편, 높은 연봉 같은 거요. 우리 모두에게는 도달하려고 하는 그런 지표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성공은 셀 수 있는 게 아니고, 인생은 이길 수 있는 시합이 아닙니다. 그건 모두--- 개소리예요 - - - 
성공은 환영이에요. 모두 환영입니다.  -166p-

 

라고 말하고 있다.

'성공은 허상이다'라는 말을 어디서 들어본 것도 같다.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맞는 말이라고도 생각하고.

그럼에도 나는 아직 통상적으로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들을 놓을 수 없다.

아마 내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가난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연봉이 높았으면 좋겠고, 

미래의 자녀들에게 좋은 환경을 주고 싶고, 거기에 나도 '행복'하고 싶으니까.

 

알면서도 허상을 쫒고 있는 나는 참으로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가 극복할 수 있는 장애물도 있어요. 네. 예를 들어, 전 무대 공포증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무대에 서있죠 --- 얼마전에 누군가 제게 그러더군요. 제 문제는 사실 무대 공포증이 아니라 인생 공포증이라고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그 말이 맞아요. 왜냐하면 사는 건 무서우니까요. 무서운 데는 이유가 있죠. 우리가 어느 가지의 인생을 살든지 간에 썩은 나무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전 살면서 많은 일을 하고 싶었어요. 온갖 종류의 일을요. 하지만 삶이 썩었다면, 무슨 일을 하든 썩은 인생일 겁니다. 습기는 쓸모없는 것들을 전부 부식시키죠---. 166p

 

노라의 말을 들으면서, '인생 공포증'이라는 단어를 읊조려 봤다.

인생 공포증. 

나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사는 건 무섭다.

예측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 탑승해 있는 한, 나는 계속해서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을 맞닥뜨리게 되니까.

거기에 뉴스를 틀면 그 불안감은 배가 된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사람들이 좋은 공기와 좋은 것을 먹으면서 산 속에서 살면 불치병도 완치되는 걸까.

 

노라가 빙하를 연구하는 삶을 살았을 때다. 하마터면 곰에게 먹혀 죽을 뻔한 삶이기도 하다.

곰에게 먹힐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노라는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그동안 죽고싶다고 말한 것과 모순적이다.

 

일단 그 광활함을 알아차리고 나면, 무언가로 인해 그 광활함이 드러나면, 당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희망이 생기고 그것은 고집스럽게 당신에게 달라붙는다. 이끼가 바위에 달라붙듯이. 194p-

 

이 사건을 계기로 노라는 자신이 죽고싶어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간은 세상을 3차원으로 본다. 그것이 단순화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고 일반화하는 생명체이며,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상태에서 살고, 마음속의 구부러진 길을 편다. 그래서 늘 길을 잃는 것이다.
"시계 초침이 한 칸씩 이동하는 것만 보이고 칸과 칸 중간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네요"  215p-

 

무슨 말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신기하게도 이해는 된다.

 

"넌 평생 네 속마음과 다른 말을 하면서 산 것 같구나. 그게 네 장애물이었지."
"장애물?"
"그래. 네겐 장애물이 아주 많단다. 그것 때문에 진실을 보지 못했어."
"무슨 진실요?"
"너에 관한 진실. 이젠 너의 진실을 보려고 노력해야 해. 그건 중요하니까"  225p-

 

나도 나에 대해 모를 때가 많은데.

장애물이 아주 많은가보다.

나에 관한 진실. 나의 진실을 보기 위해 오늘도 노력중이고, 내일도 내일의 내가 노력중이다.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넌 그걸 깨달아야 해. 체스판에 폰이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경기는 끝난 게 아니야. 한 사람은 폰 하나와 킹 하나만 남고, 다른 사람은 기물이 다 있어도 경기는 아직 진행 중인 거야. 설사 네가 폰이라고 해도. 아마 우리 모두 그럴테지만, 넌 폰이 가장 마법 같은 기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 폰은 하찮고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왜냐하면 폰은 절대 그냥 폰이 아니니까. 폰은 차기 퀸이야. 넌 그저 계속 앞으로 나아갈 방법만 찾으면 돼. 한 칸 한 칸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그러다 반대편 끝에 도달하면 얼마든지 다른 기물로 승급할 수 있어. 
가장 평범해 보이는 게 나중에는 널 승리로 이끄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야. 넌 계속 나아가야 해.  269p-

 

알고 있다는 것과 깨달은 건 다른 거였다. 

이런 당연한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다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은 이전부터 알고 있던 말이었다.

내가 가장 힘들었을때도. 메모지에 써서 책상앞에 붙였던 기억도 있다.

그때의 난, 그냥 '안다'는 사실에 그쳤던 거다.

'깨닫다'였으면, 필시 행동이 뒤따랐을테니.

 

어쩌면 그녀를 위한 완벽한 삶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딘가에 틀림없이 살 가치가 있는 인생이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살아 볼 가치가 있는 인생을 발견하려면 더 큰 그물을 던져야 한다는 걸 노라는 깨달았다. 277p-

 

희생 없는 결과는 없다. 무엇이든지.

하지만 희생없는 결과를 원했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지.

 

노라가 애쉬의 결혼 생활인 마지막 삶을 살고 자정의 도서관으로 돌아왔을때,

도서관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노라 자신은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고 얘기했지만, 

그녀 중심은 그게 아니었나 보지. 

때로는 내 생각보다 내 마음이 맞을 때가 있다.

생각은 마음보다 한 발짝 느리거든.

 

도서관이 무너지는 상황 속에서, 노라는 현재로 돌아가기 위한 책에 적었다.

'노라는 살기로 마음먹었다' - - -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노라는 살 준비가 되어 있었다' - - - 여전히 아무런 일도.

다시.

'나는 살아있다'

마지막 '다'를 씀과 동시에 땅이 분노하듯 흔들렸고, 남아 있던 자정의 도서관은 폭삭 무너져 먼지가 되었다.

 

현재의 삶으로 돌아온 그녀는 사력을 다해 이웃의 베너지 씨에게 도움을 청하고 살아난다.

그리고 가장 후회하고 있었던, 오빠와 관계, 친구인 이지와의 관계 또한 좋은 방향으로 플어진다.

후회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수습'할 수 있다. 어떤 방향으로 풀어질 지는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나는 살아있다"

나는 현재, 살아있다.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적어도 이 책에선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렇게 믿고 싶고. 그렇게 해내고 싶다.

내게도 나만의 엘름부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나도 누군가에게 엘름부인과 같은 존재가 되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 평생의 미완의 프로젝트이지 않을까.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불완전한 존재가 사는 시간 또한, 불완전하겠지.

그러니 완벽한 삶이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인생이란, 그런 불완전함을 인식하고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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